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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Fibroblast - 생체내의 건축업자

by 서양의 지혜 2018. 10. 26.

Fibroblast란 누구인가?

  • 지금으로부터 150여년전 Virchow가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하다가 특별히 무슨 구조물을 만들고 있지는 않으며 길쭉하게 생긴 어중간한 세포를 발견하고서는 고민하다가 "Fibroblast (섬유아세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사실 생체내에서 fibroblast는 epithelial cell이나 blood vessel, neuron 같은 인기있는 세포에 비해 잘 눈에 띄지도 않을 뿐더러 보이더라도 뭐하는 세포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 한마디로 "존재감"이 별로 없는 세포입니다.
  • 그렇지만 fibroblast가 존재감이 없는 것은 "평화"시의 성체내에서나 그런거고, 발생과정이나 상처복구과정, 암-미세환경에선 fibroblast가 정말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이 세포가 지멋대로 폭주하기 시작하면 온갖 골치아프고 무서운 "섬유화" 질환들을 유발해 환자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fibroblast는 뭐하는 세포인가 라는 의문이 드는 데 지난 20여년간의 연구결과 fibroblast에 숨어있는 놀라운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져 가고 있습니다. 
  • Fibroblast의 기능 중 하나는 태아 발생과정 중 각 기관의 3차원구조 형성 (morphogenesis, 형태발생)을 책임지는 건축업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인체는 겉에서 봐도 그렇고 미세구조에서도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3차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체내 혈관과 신경, 근육, 뼈는 아무렇게나 대충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정교한 각본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으며 현미경으로 봐도 각각의 세포는 아주 정교한 미세구조를 만들고 이 미세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런 3차원 구조에 대한 설계 도면이 DNA에 저장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설계도면이 무슨 PDF나 jpg 같은 그림파일 형식으로 DNA에 저장된 것은 전혀 아니며 무슨 수로 발생과정에서 세포들이 이토록 정확한 3차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 사실 태아발생과정에서 각 미세조직과 기관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건물을 짓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Fibroblast는 조직발생과정에서 마치 현장감독과 건설인부같은 역할을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노가다 아저씨"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짓고 있는 동안에는 목수, 미쟁이, 배관공, 덤프트럭기사, 포크레인 기사 등등 각종 "건설인부(노가다)"들이 많이 보이다가 건물이 완공되면 더 이상 "건설인부"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fibroblast도 발생과정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Unsolved issues of Fibroblasts

  • Fibroblast는 발생이 끝난 성체에서는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세포이지만 손상된 조직의 복구를 담당하는 핵심 세포이며 악성종양을 비롯한 온갖 심각한 섬유화 질환을 유발하는 말썽꾸러기 세포입니다. Fibroblast는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섬유아세포에 대한 여러가지 중대한 미해결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1. Fibroblast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 이 문제는 너무나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실제로 손상된 조직에서 관찰되는 fibroblast는 activated fibroblast이며 평화시의 fibroblast는 거의 동면 상태에 가까운 Quiescent fibroblast라고 할 수 있습니다. Fibroblast를 연구하기 위해 FBS를 주고 배양하기 시작하면 fibroblast는 즉시 활성화되서 activated fibroblast가 되므로 현재는 Quiescent fibroblast를 연구하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태입니다. 
      • 또한 fibroblast는 상당한 분화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험조건에 따라서는 bone, blood vessel, peripheral nerve등으로도 분화할 수 있으며 분화능과 morphology, marker 등에서 mesenchymal stem cell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fibroblast를 primitive stromal cell 같은 다른 이름으로 바꿔야 될 지도 모릅니다. 
    2. Fibroblast의 기원은 어떤 세포인가?
      • Fibroblast는 일반적으로 mesoderm (중배엽)에서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피부의 fibroblast만 보면 얼굴과 두피 부분의 fibroblast는 neural crest에서 기원했고 등쪽의 fibroblast는 para-axial mesoderm, 배쪽 피부의 fibroblast는 lateral plate mesdoerm에서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피부의 fibroblast에 대한 것이고 내장의 곳곳에 있는 fibroblast들은 어디서 왔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발생과정에서 neural crest와 mesoderm의 세포들은 차례차례 bone, cartilage 같은 최종 장기로 하나씩 분화해 나가는 데 fibroblast는 이 부분이 매우 아리송합니다. 뭔가 뚜렷한 분화를 보여주지는 않고 여전히 미분화된 상태로 남다가 어느 순간에 fibroblast로 넘어갑니다. 어쩌면 fibroblast는 시일라칸스처럼 embryonic state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화석 세포"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3. Fibroblast에는 얼마나 많은 subtype 또는 lineage가 존재하는가?
      • Fibroblast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morphogenesis와 조직복구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건설현장에 가보면 매우 다양한 건설인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인부들이 겉보기에는 다 "노가다"로 보여도 실제는 "타일전문", "배관전문", "목수", "전기배선", "미쟁이" 등등 업무가 나눠져 있고 그 외에 공사감독, 건물 설계자, 덤프트럭기사, 포크레인기사, 레미콘 기사 등등 수없이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의 미세구조가 일반 건물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는 걸 감안하면 fibroblast도 실제 업무에 따라서는 아직까지 잘 모르는 다양한 subtype으로 나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실제 Fibroblast는 단일한 세포집단이 아니라 여러 lineage의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심지어는 fibroblast는 잘못된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fibroblast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에 최대의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